응답하라 브랜드 1 – 소니(1)

응답하라 브랜드는 한 디자이너의 기억과 추억을 바탕으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비전문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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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브랜드는 소니입니다. 2-30대라면 한 번쯤 소니  제품을 사용한 추억이 있으실겁니다.
한때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소니, 그러나 요즘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소니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총 3부작으로 소니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소니의 과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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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 ex-9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음악을 듣고, 절대 공부할 때 듣지 않던 영어 듣기 테이프에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을 녹음했던 시절, 당시 부모님이 큰맘 먹고 사주신 워크맨, ex-9.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아마 이때부터 소니를 동경해 왔던 거 같습니다. 그 당시 재생전용 워크맨으로서는 혁신적인 두께 (테이프 케이스와 비슷한 두께), 다른 브랜드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었던 미려한 디자인(미안하다 삼성 마이마이, LG 아하프리). 거기에 테잎감는 속도는 또 어찌나 빠르던지..(그당시 주력으로 밀던 기술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훌륭한 디자인이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가진 제 보물이었지만, 가장 친한 친구가 하루 빌려 간 날, 오락실에서 잃어버린 불운의 아이템이었습니다. (ex-9 잃어먹고 얻은 아이템이 1492 백팩입니다…제정신이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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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의 CDP 그 이름하여  e-01
소니 워크맨 기념 모델로 출시된 CDP 입니다. 처음 저 모델을 봤었을 때 정말 충격과 공포였죠.CDP 주제에 슬라이딩 방식을 도입해서 사진에서처럼 CD를 밀어 넣고 레버로 당겨서 배출하는 말도 안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로 소니가 대단하다고 느낀 부분이 바로 이런 메커니즘 설계 능력이었습니다. 정말 복잡해 보이는, 그러나 고장이 잘 나지않는 그런 구조를 소니는 너무 쉽게 만들었었죠. 하여튼, 이 모델은 정말 써보고 싶었지만 그 당시에도 고가였고, 아니나 다를까 출력이 다른 일반 CDP보다 높아서 음악 마니아들에게 명기로 인정(?)되어 중고가격이 치솟은 기이한 현상도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저의 인생에서 아직 No.1 CDP입니다. (재발매 해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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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그림자를 엿보다 – 퀄리아
기술도 좋고 디자인도 좋던 소니가 어느 날 갑자기 고급 제품 라인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이름하여 퀄리아. 한마디로 소니의 프리미엄 브랜드였죠. 안 그래도 기술, 디자인이 좋아 다른 업체 제품보다 가격이 높은 축에 속하였던 소니가 제대로 작정하고 만든 브랜드였습니다. 가히 프리미엄만큼 디자인도 훌륭했고 고급기능으로 무장 하였지만 문제는 가격이 안드로메다였다는 점. 지금 보시는 저 제품은 똑딱이 카메라인데요, 고급스러운 제품 구성이지만, 쓰기도 불편, 화질도 별로, 거기다 가격은 400만 원정도 했던 대표 망작 카메라입니다. 아마 이때부터 그랬던 거 같습니다. 소니는 정말 소비자 입장이 아닌 자기중심적으로 제품을 회사라는 느낌을 받았던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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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되어버린 바이오
남들이 만들지 않는 것, 남들과 다르게 만드는 것, 소니는 노트북 브랜드 바이오를 런칭합니다. 늘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든 듯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노트북 브랜드 이미지를 갖게 되죠. 요즘 애플이 제품을 만들고 후발업체들이 카피캣을 마구 찍어내는 것과 달리 그 당시 바이오의 제품들은 후발업체들이 흉내조차 힘들 정도로 기술력이 높았습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카본이라는 소재를 노트북에 적용하는가 하면, CD롬을 장착하고도 1kg 초반의 말도 안 되는 무게 를 실현하기도 했었죠 (요즘 노트북이 900g짜리도 있는데 머 그게 대단한거냐고요? 소니는 딱 10년 전에 이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 노트북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정받던 바이오, 그러나 중국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의 노트북을 찍어내기 시작하고, 상대적으로 고가 정책으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다른 브랜드처럼 중저가 모델을 마구 찍어내기 시작합니다. 예전의 프리미엄 이미지는 많이 줄었지만 Z 시리즈와 같은 기술정점의 노트북을 간간이 출시하였습니다.(비록 안팔려도…) 그러나 그렇게 버텨온 바이오도 스마트폰의 역풍을 견디지 못합니다(생각해보면 스티브잡스가 참 여러 산업을 없애기도 했죠) 중국물량공세와 모바일 중심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결국 소니는 2014년 바이오를 접게 됩니다.(다른업체의 인수로 브랜드는 남아있지만 더이상 소니의 바이오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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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소니의 든든한 가장이 되어버린 카메라 사업 – f717
사실 소니는 카메라 분야에서 인지도가 낮았습니다. 그도 그럴것 이 캐논이나 니콘처럼 아날로그 카메라를 생산하지도 않았었고 프레스 시장 점유율도 낮아서 카메라 좀 아는 사람은 소니 카메라는 안중에도 없었죠. 그러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프레임이 바뀌면서 슬슬 기술력을 높여가기 시작합니다. 플로피 디스크가 통째로 들어가는 카메라를 만들지 않나, 더 나아가서 CD를 통으로 구워서 저장 매체로 사용하는 카메라도 출시하기도 합니다. 광학 기술력의 부족함은 칼짜이쯔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보완하면서 점점 디지털카메라의 심장, 센서 개발에 공을 들이게 됩니다. 소위 시체 색감이라고 놀림받던 시절에 구입한 f717은 그 당시에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디자인, 메커니즘,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로 명기(?)로 불리었던 기종이었습니다. 소니의 여러 제품이 그랬지만 f717과 같은 디자인에 최신 센서를 집약한 디카를 출시하면 전 또다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의향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 정도로 멋진 카메라였습니다.f717과 같은 하이엔드 카메라를 시작으로, dslr,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남다른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점유율을 높이더니 소니가 생산하는 카메라 센서는 시장을 주도하는, 나아가 소니의 주요 사업분야로 성장하게 됩니다.

 

2부, 소니의 현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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