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기함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접하는 플래그십의 의미는 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 기술과 디자인 등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을 의미한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이니 당연히 모든 기술을 집어넣고 가격 또한 가장 비싸다. 단순히 적당한 가격으로 이윤을 최대로 끌어내고자 하는 제품이 아닌 브랜드 기술력의 상징이며 브랜드의 얼굴이 되는 제품이다. 벤츠의 S 시리즈나 BMW의 7시리즈, 폭발하였지만 뛰어난 상품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갤럭시 노트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할 브랜드 올림푸스에는 e-1이 있었다.

지금 다시 봐도 멋진 광고

2003년 올림푸스는 최초의 디지털카메라 플래그십인 e-1을 출시한다. 포서드라는 독자규격의 센서를 달고 출시하지만, 이 센서는 이후 올림푸스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주도를 잡지 못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만다. 소위 판형이 깡패라는 디지털카메라의 센서 크기 경쟁에서 불리한 출발점을 만들어버린 셈이다. 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서 e-1은 방진 방적, 초음파 먼지떨이, 코닥 센서를 바탕으로 하는 색감을 무기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게 된다. 흔히 디지털 카메라 하면 떠올리는 캐논, 니콘이 아닌 올림푸스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게 된 점도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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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디자인, 멋진 마감, 작디 작은 센서
처음 사용했던 e-420이란 보급형 모델은 (지금도 가끔 사용한다)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없었던 보급형 주제에 괜찮은 마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판형의 한계로 그 좋아하는 배경 날림이나 노이즈 부분에서는 취약하지만 어떻게 찍어도 잘 나오는 카메라가 아닌 찍는 재미가 있는 카메라였다. 그리고 그렇게 올림푸스의 플래그십이었던 e-1에 관심을 끌게 되었다. 출시된 지 오래된 모델에다 올림푸스 특유의 엉망인 가격정책으로 인해 중고가격은 쭉쭉 내려갔고 급기야 생애 최초로 플래그십을 소유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플래그십 e-1은 2013년 (정확히 출시된 지 10년) 내 품으로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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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주제에 상당히 괜찮은 마감. 출시당시 세계회소형 DSLR이었다.
이제 출시된 지 13년. 이 카메라는 화소도 500만밖에 안되고 손떨림보정 따위는 당연히 없고 센서 크기에 비해 크며 무겁고 동영상촬영은 당연히 안 된다.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노이즈가 자글자글하고 측거점도 달랑 세 개밖에 없는 그야말로 요즘 폰카에 비해도 형편없는 스펙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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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판형이 깡패
그래도 사진 찍을 기회가 오면 가장 먼저 들고 나가는 카메라가 e-1이다. 정확히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좋고 그립감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과물이 마음에 든다. 쨍한 해상력도 없고 흑백 모드조차 없지만, 그냥 그 순간에 카메라를 믿고 셔터를 누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아마 플래그십에 대한 동경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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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색감..

그리고 2016년, 올림푸스의 또 다른 플래그십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제는 미러리스만 생산하는 것이 아쉽지만 새로운 올림푸스의 플래그십을 기대하며 아직 새 제품이 출시되지 않은 지금 현재의 플래그십인 e-m1을 지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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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오셨다..
왜? 올림푸스니까. 그리고 아주 훌륭한 가격 정책 때문에….
 지름신 영접기가 되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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