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 Flavin, Light:1963-1974 댄 플래빈, 위대한 빛

우리 시각문화에 새로운 변혁을 이끈 댄 플래빈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이 전시는 빛이라는 새로운 소재가 공간으로 확장되는 실험과정을 함께 경험할 수 있으며, 시대의 변화를 먼저 자각하고 새로운 도시 환경의 근간을 마련한 댄 플래빈의 ‘위대한 빛’을 통해 우리의 삶과 예술을 되돌아 보게 하는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댄 플래빈의 예술은 규격화된 산업재료를 모듈화하고 복잡함을 제거하는 ‘미니멀리즘(Miminalism)’의 장르 안에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함께 활동한 다른 작가들과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플래빈의 독창성은 쉽게 구할 수 있는 형광등의 빛으로 공간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작품을 창조했다는 것입니다.

예술계의 금기를 깨고 그가 선택한 형광등은 규격화되고 산업화된 사회를 반영함과 동시에 지적이면서 신비로운 빛으로 관람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빛을 통해 회화와 조각의 영역을 넘어 공간을 작품으로 전환시키는 그의 예술은 현대미술은 물론 음악, 건축, 삶의 방식에까지 혁명적인 의식의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댄 플래빈
Dan Flavin B.1933~1996

“나는 구조와 현상을 넘어서서 나의 아이콘에 비움의 마법을 투영시키고자 했다. 이것이 나의 예술이다. ”
댄 플래빈은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났습니다. 플래빈은 1953년부터 미 공군으로 복무했으며 그 이듬 해인 1954년 한국 오산의 제5 공군본부에 주둔하면서 기상정보를 수집하는 기상병으로 근무했습니다. 1956년 뉴욕으로 돌아간 댄 플래빈은 뉴욕 콜롬비아 대학에서 미술사를 수학한고 미술사를 섭렵한 작가는 1961년 뉴욕의 저드슨 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고 ‘아이콘icons’이라는 전자적인 빛으로 된 콜라주 형태의 부조 시리즈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플래빈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형광등’이라는 특정 소재를 사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개척했습니다.

댄 플라빈은 1976년 시카고 현대미술관에서 대형 전시를 진행했으며 1969년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네셔널 갤러리와 1989년 독일 바덴바덴의 카를스루에 주립미술관에서 전시했습니다.  2004년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은 워싱톤 D.C.의 내셔널 갤러리와 공동으로 댄 플래빈 순회전을 개최했고 1982년에는 댄 플라빈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뉴욕의 브리지햄튼의 교회와 소방서에 댄 플라빈이 디자인한 작품을 영구 설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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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WORK

 

#01 1963년 5월 25일의 사선 (콘스탄틴 브랑쿠시에게)

댄 플래빈이 처음으로 형광들 하나만을 사용한 작품으로 그는 수퍼마켓에서 산 2.4미터의 형광들을 비스듬히 작업실 한쪽 벽면에 설치하였습니다. 제목이 가리키는 1963년 5월 25일은 플래빈이 이 작품을 완성한 날 일 뿐만 아니라 이후 그의 빛 작업에 있어 새로운 출발점을 의미합니다.  작품의 부제에는 현대 추상 조각의 거장인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이름이 담겨있습니다. 누구나 살 수 있었던 노란색의 형광등은 플래빈에 의해 공간으로 무한히 확장되는 새로운 빛의 작품으로 변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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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The Nominal Three (to William of Ockham)

유명론의 셋 – 윌리엄 오캄에게, 1963

댄 플리빈은 장소가 그저 작품을 담는 공간이 아니라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1963년 작 ‘유명론의 셋 (윌리엄 오캄에게)’ 는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을 고려한 최초의 작품입니다. 형광등의 수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배열은 더 많은 형광등이 공간 전체로 확장되어 나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14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프란체스코회 수도사였던 윌리엄 오캄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공간에서 확대되는 ‘유명론의 셋 (윌리엄 오캄에게)’은 이후에 제작한 ‘장벽’과 같은 공간으로 확장되는 복잡한 작품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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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Untitled (to Shirley and Jason)

무제 – 셜리와 제이슨, 1969

모서리와 공간에 대한 플래빈의 관심은 1969년 작 ‘무제(설리와 제이슨에게’에서 직접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핑크색 형광등과 그 뒤에 위치한 파란색 형광등은 모서리로부터 밖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져 두 색의 결합은 모서리 공간에 생기는 어두움을 흡수한다. 모서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빛이 빛이 빛나는 공간은 플래빈의 작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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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Untitled (to you, Heiner, with admiration and affection)

무제 – 당신, 하이너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 1973

플래빈 초기 작품들 중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작품이자 가장 복잡한 작품 중 하나인 이 작품은 1.2 미터 형광등을 60센티 간격으로 배열하여 반대쪽 끝까지 빛의 구조물이 공간을 가로지르도록 고안되었습니다. 댄 플래빈은 이 작품을 자신의 오랜 후원자인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의 설립자인 하이너 프리드리히에게 헌장했습니다. 다수의 녹색 형광등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장벽은 실제 공간과 시각적 경험의 간극을 계속적으로 생성하여 보는 이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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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European Couple

유럽피안 커플. 1966-71

플래빈은 1966년부터 1971년까지 형광등을 이용해서 똑같은 사각형 구조를 반복하는 유럽인 커플 아홉 점을 제작합니다. 작품 제목인 각각 아홉쌍의 유럽인 이름은 모두 플래빈의 친구이거나 친분관계가 있는 미술 관계자들입니다. 댄 플래빈 ‘무제’라는 타이틀과 상반된 주체적인 사람들의 이름에 부제로 사용하여 아름다운 색채와 형태에 이름이 주는 모호한 관련성은 계속적으로 우리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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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Dan Flavin “Monument” for V. Tatlin

“기념비” – 블라디미르 타틀린을 위한, 1974

1964년부터 1990년 사이 플래빈은 오십여 점에 달하는 ‘블라디미르 타틀린을 위한 기념비’ 연작을 제작했습니다. 작품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러시아 구축주의 조각가 블라디미르 타틀린을 기념하는 작품입니다. 다양한 오브제를 혼용하고 양감보다는 공간을 중시하는 러시아 구축주의자들의 전위적인 조각들은 플래빈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경외감을 담아 플래빈은 타틀린을 위한 ‘기념비’ 연작을 제작했습니다. 이 작품들은 영구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기념비를 전구의 수명에 따라 빛을 다하고 소멸하는 형광등으로 제작함으로써 기존 예술의 틀을 깨는 그의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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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와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빛은 그자체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이 모든 것은 명확하고, 열려있으며, 분명하게 전달된다.”
라는 그의 말처럼 빛을 통해 회화나 조각의 영역을 넘어 공간을 작품으로 전환한 댄 플래빈의 현대미술은 여러분야에서 혁명적인 의식의 전환을 가져왔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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