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 #1

가비아의 브랜드를 재정립하고 있는 요즘…
브랜드 관련된 많은 책을 업무처럼 여기고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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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최근 읽은 책 중에 ‘애플은 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텔링에 집중했을까? 라는 책을 간단하게 리뷰하고 몇 가지 브랜드 이야기를 써 볼까 합니다.

브랜드의 시작은 낙인
브랜드의 어원을 이야기하면 기원전 9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농경시대가 시작되기 전 유목 생활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던 때 자신의 가축과 타인의 가축 구별이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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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축을 구별하기 위해 불에 달군 금속으로 낙인을 찍었고 이후 브랜드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고대 노르드어의 ‘태우다’ 혹은 ‘낙인’이라는 뜻의 단어인 ‘brandr’가 브랜드의 어원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수십 개의 브랜드가 생겨나는 요즘 시대에 브랜드 스토리 텔링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과 가치가 차곡차곡 쌓인 물건은 삶의 필요를 채운 지혜로 전승되며 브랜드의 DNA가 됩니다.

 

브랜드 텔링이란 간단하게 말하면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다만 사람들은 일대일로 소통하지만, 브랜드는 일대다 대화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직접적인 대화는 어렵지만, 사람들이 브랜드의 이야기를 듣게 하는 방법을 여러 사례를 통해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에비앙-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분홍빛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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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앙의 상징이 된 알프스산맥

 

삶의 끝자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후작 레세르 Marquis of Lessert는 신장결석으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병증은 나아지지 않았고 마음만 지쳐갔습니다.

레세르는 친구 카샤 Cachat에게 자신의 영지에 와서 요양해 보라는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잠깐 동안 망설였습니다. 후작은 변방을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책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789년 프랑스는 시민들이 들고일어난 혁명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그 틈바구니에서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선 마음이라도 추스르자.”

후작은 결심하고 그해 친구 카샤의 영지 에비앙 레방으로 향합니다.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에비앙 레방은 물 맑고 공기 맑은 천혜의 자연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였습니다.
그는 모든걸 내려놓고 자신의 병마와 싸우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어느날 산책 하던중 만난 노인이 카샤의 샘물을 꾸준히 마시면 몸이 나을거라는 말에 이후 꾸준히 카샤의 샘물을 마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몸은 거짓말 처럼 낫게 된 것입니다.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향했던 여행이 그의 몸까지 치유해준 겁니다. 그 샘물은 희망의 빛이었지만 치유의 약물이 되어 후작의 병을 완치시켜 주었습니다.

알프스산맥은 2억 5천만 년 전의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빙하기에 형성된 빙퇴석 점토는 두께만 10m가 되며 눈과 비는 이 점토 속으로 스며들어 15년 동안 알프스 산을 거쳐 내려오는 빙하수가 됩니다. 카샤의 샘물이 바로 그 빙하수였습니다. 알프스 산맥을 거쳐 오는 동안 샘물에는 인체가 필요로 하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 미네랄 함량이 높은 건강한 물이 되었던 겁니다.

후작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소문은 마을 밖으로 퍼져갔고 휴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에비앙레방에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카샤 샘 소유주인 후작의 친구 카샤는 1829년 프랑스 의학 아카데미로부터 천연 미네랄을 간직한 물이라는 효용을 인정받아 공식 판매를 허가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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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샤의 샘물은 주로 젊은 여성들이 즐겨마시게 되어 분홍색 병에 담겨 판매가 되기 시작합니다.

분홍색 병에 담긴 카샤 샘은 이 후 Evian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고 1878년에 소화불량, 류머티즘, 신장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의학계의 인증까지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건강한 물로 퍼지며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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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앙은 여전히 분홍빛 병에 담겨 카샤의 샘까지 가지 않아도 마실 수 있는 알프스의 선물입니다. 알프스 산맥이 있는 한 에비앙의 분홍빛 병은 건강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게 될 겁니다.

어쩌면 그 분홍빛을 보면 건강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몰스킨- 쓰여지지 않은 책

 

몰스킨은 원래 특정 회사 제품의 상표가 아니였습니다.

19-20세기, 프랑스 파리의 소규모 제작자들에 의해 손수 만들어진 일반적으로 두루 쓰이던 수첩을 통칭하는 단어였다고 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불후의 걸작을 남긴 위대한 예술가들의 영감이나 아이디어 노트가 바로 몰스킨이었습니다.

기술의 현대화에 따라 고품질의 문구 제품들이 쏟아져 이 수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으나 1997년, 몰스킨은 두 청년들에 의해 재탄생하게 됐습니다. 몰스킨이라는 정식 이름으로 첫 해 5000권을 생산했고 2년 후인 1999년 이탈리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 명성을 떨치게 되었습니다. 2004년에는 아시아지역에까지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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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쓰여지지 않은 책’ 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몰스킨은 창조적인 계층을 타깃으로 정하고 책으로 판매하기 위해 띠지에는 국제 표중 도서 번호 ISBN (국제표준 도서번호)까지 넣어 디자인되었습니다.

매장 디스플레이 또한 현대의 헤밍웨이나 피카소로 불릴 만한 창조적인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실제로 몰스킨 수첩에 적어 넣은 창의적인 글과 그림을 전시하는등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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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Karim Rashid의 디자인 노트

 

스타벅스- 공간이 나에게 말을 건다.

 

이제 더이상 스타벅스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스타벅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다른 커피 체인점들이 이미 오래전 경쟁을 통해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스타벅스는 업계에서 최고를 지키고 있는 이유를 뭘까요?

맹렬히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냅킨 위에 아이디어를 끼적이는 그들 중 한명이 제2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혹은 멋진 소설이나 음악을 탄생시킬지도 모른다.

-하워드 슐츠img006

 

제 3의 공간이란 말을 하시나요?
제1의 공간에 대한 개념은 19세기에 정립되었습니다. 삶의 가장 기본적인 공간으로 각자의 집이 제 1의 공간입니다.
1960년대엔 미국을 중심으로 직장이 제2의 공간 개념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 1932~ )가 이야기한 제 3의 공간이란 오직 나를 오롯이 되돌아보며 회상하고 나의 정체성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 나만의 공간…
스타벅스의 변화의 중심에 ‘제 3의 공간’을 둡니다.
또한 스타벅스는 아이디어 닷컴이란 사이트를 통해 ‘나’와 소통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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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에서 제품, 겪었던 경험, 관련된 주변 사항으로 항목화하여 아이디어를 올릴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런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바로 적용도록 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경청한 스타벅스는 나의 공간인 것처럼 커피또한 내 입맛대로 주문 할 수 있습니다.
사이렌오더, 줄을 서지 않아도 스타벅스 밖에서도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주문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커피에 생명을 불어 넣는것도, 줄을 서있을 필요없이 마음대로 주문하는 것도 ‘나’인 것입니다.

스타 벅스는 바리스타와 ‘나’와의 대화를 위해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교체했습니다.
이전에 쓰던 기종은 빠르고 편한 기계였지만 기계가 높아 바리스타가 ‘나’와 대화 나누기가 불가능 했습니다.
이전보다 10cm나 낮음 기계를 개발했고 낮은 기계덕분에 ‘나’의 대화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렇듯 브랜드 텔링은 말을 전하는 기교가 아닙니다.
브랜드가 태초에 품고 있는 생각과 현재의 모습을 듣는 이에게 이어주는 효율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찾는 방법일 뿐입니다.

 

 

Author.

라라라 / Gabia UI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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